잡담

아이돌의 연애금지 계약에 관하여

mt프로젝트 2019. 4. 4. 13:06

 요 몇년새 한국의 엔터테이먼트 사업이 뜨겁다. 한국의 엔터 사업이 떠오르는 뒤에는 많은 기획사들과 아이돌들의 노력이 있다. 기획사들은 신인 연습생들을 뽑아 많은 투자를 하고 연습을 시켜 성공적인 데뷔를 시키고 인기 아이돌을 만들고자 한다. 트레이닝 과정에서 기획사는 숙소와 레슨 등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데뷔를 하고 나서는 그때까지의 투자금을 회수하고 추가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성공적인 데뷔를 한 뒤에는 지속적으로 사랑받고 더 성장하기 위해서 리스크 관리를 하게되는데, 그 중 한가지가 아이돌의 연애 금지령이다. 아무리 크고 유명 기획사들라도 인기아이돌의 열애설이 하나 터지기라도 하면 그날로 주가가 요동치는 상황이니 충분히 이해 할 만한 사항이다. 특히나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돌들은 스캔들에 더 취약하여 jyp의 경우 트와이스의 계약사항으로 데뷔 후 3년간 연애 금지 조항을걸기도 했다(https://m.entertain.naver.com/read?oid=213&aid=0001065661).

 연예 기획사들이 이같은 조항을 만들게 된 이유는 결국 아이돌의 열애설이 터졌을때 그 아이돌의 팬들이 등을 돌리고 앨범이나 공연 판매량이 확연하게 줄어든다는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매출과 수익률 하락이 예상되기때문에 금융 시작에서도 주가 하락과 같은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연애 금지 조항이 나타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아이돌의 연애에 대해 팬들(특히 소수로서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열성 팬들)이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팬들은 어째서 자신의 아이돌의 연애를 싫어할까? 물론 많은 팬들 중에서는 아이돌의 연애를 지지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어차피 매출 하락이 나타나는 이유는 스캔들 이후로 아이돌 연애를 반대하는 팬들이 떨어져 나갔기 때문 이므로 아이돌의 연애를 싫어하는 이들에 포커스를 맞춰 보도록 한다.

 먼저 아이돌은 무엇이고 그 팬은 어떤 사람들인가 생각해보자. 아이돌 그룹은 수명이 짧다. 대부분의 경우 최초 계약 기간이 끝나고 나면 해체하여 솔로가수가 되거나 해체하기 전부터 하고 있던 배우, 예능 분야로 완전히 전업 하는 경우가 많다. 10년 이상씩 장수하는 아이돌도 드물게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은 1차 계약기간이 끝난 후 각자의 길을 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각자의 길을 가는 경우에는 더이상 ‘아이돌’이 아니라 ‘아이돌 출신’이 된다.

 특히나 요즘의 아이돌은 많은 경우에 음악 하나만을 보고 뭉친 그룹이라기 보단 빠른 데뷔를 위한 수단으로서, 신인 아이돌로서 사람들에서 빠르게 어필하고 이후에는 각자의 방식으로 연예계에 데뷔하기 위한 하나의 관문이 되고 있다. 소녀시대와 같이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아이돌 그룹을 보면 이제는 각자가 스스로의 일을 찾아 나서고 있고, 세간의 인식을 보아도 소녀시대를 더이상 현역 아이돌이라부르기에는 다소 민망해진 상황이다. 따라서 여기서 언급하는 아이돌 이란 데뷔하고 몇년 되지 않은 신인 아이돌 그룹이 대상이라고 볼 수 있겠다.

 팬들이 아이돌을 좋아하는데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대개는 자신의 아이돌들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혹은 멋지고 잘생긴 외모에 빠졌거나, 그리고 직캠이나 방송 등을 통해서 나오는 귀엽거나 멋진 행동들을 보고 사랑에 빠졌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흔히들 하는 남녀간의 일반적인 관계와는 다르다는것은 스스로도 이해하고 있겠지만 그런것과 상관 없이 자신의 아이돌을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많은 비용과 시간 투자를 기꺼이 감수하는 것이다.

 팬들은 아이돌에게 말 한마디라도 붙이기 위해 앨범을 수백장씩 사들이며 팬 싸인회에 참가하고, 새벽부터 줄을 서고 수십만원 웃돈을 얹어가며 콘서트 티켓을 구해서 찾아간다. 특히나 더 좋아하는 누군가에게는 ‘최애’라고 부르며 한층 더 관심을 가지고 많은 돈과 정성을 들여 자신의 최애에게 조공을 하기도 한다. 즉 팬들에게 아이돌이란 자신의 모든것을 내어주고 싶은 사랑스러운 아이콘이고 그렇기에 모든것을 내어놓고도 더 주지 못하는 점을 안타까워하는 대상이다.

 반대로 아이돌에게 팬이란 자신을 먹고살수 있게 돈을 벌어주는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꿈을 이룰 수 있게 만들어주는 사람들이기도 하며 아이돌로서의 존재 가치를 주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tv에 나온 아이돌들은 항상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팬들과 아이돌 사이의 이런 관계에서 아이돌의 열애설이 터지게 된다면 팬들은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가장 대표적인 감정은 배신감이다. 팬들은 아이돌에게 자신의 모든 사랑을 주고 있다고 생각 했는데 아이돌의 사랑은 사실 다른데 가 있었다고 하는 생각에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다.

 팬들은 지금까지 노출된 이미지들을 모아 아이돌의 캐릭터를 구성하고 그 캐릭터에 몰입한다. 아이돌의 연애 여부 역시 그 캐릭터의 중요한 일부분이다. 그런데 갑자기 열애설이 터지면 이렇게 구성된 캐릭터가 파괴되고 팬들은 이런 파괴에 속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팬들은 기존에 구성되어 있던 잘 짜여진 캐릭터를 소비하고 있었던 것인데 이렇게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가지고 있던 소중한 ‘상품’을 누군가에개 빼앗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이 경우에는 소중한 상품을 파괴한 사람이 자신이 믿고 소비하던 캐리터 그 자체이기 때문에 충격이 더 크다.

 아이돌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몰입의 정도는 다들 다르다. 그냥 인스타그램 팔로우 정도만 하면서 팬질을 하며 가볍게 소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대포 카메라를 들고 공연을 따라다니거나 팬 싸인회 참가를 위해 쓰지도 못할 시디를 수십장씩 사면서 열성적으로 소비하는 사람도 있다. 가볍게 소비하는 사람들이야 열애설 하나정도 터지더라도 조금 놀라긴 해도 별 일 없이 응원도 할 수 있고 그 전까지와 큰 차이 없는 정도로 캐릭터를 소비 할 수 있겠지만 열성적인 팬들의 경우엔 그러기 어렵다.

 많은 돈을 투자해서 구매한 상품에 갑자기 심각한 변질이 발생했다면 항의하며 환불을 요구하는것은 당연한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돌이라는 캐릭터 상품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던 사람이 화를 내는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구매자와 판매자의 시점에서 보면 팬들에게 있어 아이돌이란 새로운 종류의 구매 컨텐츠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구매자에게 있어 아이돌과 기획사는 아이돌의 캐릭터를 적절하게 유지/공급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며 그 중요한 부분으로서 데뷔 초기의 연애 또한 자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아이돌이 혹여 마약이나 폭행 등의 심각한 범죄 행위에 연루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아이돌의 연애는 기존의 캐릭터를 파괴하는 행동이 될 수 있으며 이는 팬들과의 사이에 맺어진 암묵적인 계약을 깨트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이돌도 사람이고 아이돌로서의 삶 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도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 아이돌 또한 한명의 사람으로서 평생 연애를 못하고 살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기간동안은 절제가 필요하고 이 구체적인 기간을 계약사항으로서 연애 금지 조항으로 넣어두는것은 아이돌 본인과 소속사,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는 팬들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다.

 야구판에서는 야구에 팬들의 사랑이 없다면 야구도 그깟 공놀이일 뿐이라는 말이 있다. 팬들은 선수를 응원하고 선수는 응원에 부응하며 많은 보수도 받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한 팬 서비스를 하지 않는 선수들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게 되고 아무리 좋은 성적을 얻었다 하더라도 그에 걸맞는 대접을 받기 어렵다. 아이돌 또한 마찬가지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횟수나 팬들을 바라보며 직접 공연하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아이돌들이 스포츠 스타들 보다 팬들의 사랑에 기대는 정도가 더 크다.

 아이돌들은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살아가며 팬들은 아이돌이 그 모습을 유지하는 한 계속된 사랑을 보내준다.아이돌들에게 팬들의 사람이 빠진다면 아이돌도 그냥 그깟 놀이판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