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정말 아웃링크가 해답일까?

mt프로젝트 2018. 5. 3. 18:52
최근 뉴스들을 보면 네이버 뉴스서비스에 대하여 아웃링크를 도입하자는 말이 많이 나온다. 일단 몇몇 대형 언론들이 "아웃링크가 해법"이라는 기사를 내고 거기에 동조하는 몇몇 정치인들이 다시 목소리를 내는 식이다.

그런데 과연 뉴스의 아웃링크가 적절한 해답인가?

아웃링크는 말그대로 네이버에서 뉴스를 클릭하면 외부 링크로 빠져나가는 방식을 말한다.

네이버는 이미 수백의 언론사들과 아웃링크 (네이버 > 언론사) 방식으로 연결되어있고, 이들중 적절한 퀄리티를 갖춘 언론사들과 협업을 통해 인링크 (네이버 > 네이버) 방식으로 뉴스를 제공하고, 네이버는 여기에 대한 전재료를 언론사에 제공하고 있다.
전재료 외에도 뉴스페이지 내부에서 발생하는 광고비에 대해서도 수익배분을 하고있지만 이부분은 지금 고려할 필요는 없을것으로 보인다.

이런 뉴스를 기사라는 이름의 컨텐츠 라고 보면, 언론사 기자들은 컨텐츠 생산자들이고 네이버 뉴스서비스는 이 컨텐츠를 독자들과 이어주는 장터이자 플랫폼이다. 네이버는 뉴스 컨텐츠의 대가로 언론사에 전재료를 제공하고, 이 뉴스컨텐츠를 활용해서 서비스 사용자들에게 적절한 컨텐츠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뉴스서비스와 기자의 관계는 마치 웹툰 서비스와 웹툰 작가의 관계와 같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런 관계에 아웃링크 사태를 대입해보면 특정 웹툰작가가 "이 만화는 더이상 웹툰에 올리지 않고, 링크만 제공하여 클릭하면 내 블로그로 와서 글을 읽어야 한다." 라고 선언하는 상황과 마찬가지가 된다.
기존에는 웹툰 서비스가 작가에게서 만화를 구매하고 작가에게 계약에 따라 대가를 지불한 뒤 이 만화를 소비자에게 재판매 하면서 수익을 내는 형태였지만, 이제 작가가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그 링크만 달아두는 형태로 변경된 것이다.
작가는 전재료를 얻을 수 없게 되었지만 본인 블로그에서 배너광고 등을 통해 수익을 도모하게 된다. 이 경우에 웹툰 서비스는 컨텐츠를 구매할 필요도 없고, 직접 전재하는게 아니라 링크만 제공하는 것이므로 저작권 침해도 없다.
다만 독자들이 불편할 뿐이다.

뉴스서비스의 아웃링크도 마찬가지다. 언론은 뉴스를 제공하지 않고, 네이버는 컨텐츠를 구매하지 않으니 전재료도 주지 않는다. 메인페이지에 언론사 링크와 기사 링크들은 연결 해주지만 기사 자체를 가져온것은 아니기때문에 저작권 침해도 아니다. (이게 저작권 침해가 된다면 인터넷 게시판에 뉴스 제목과 링크를 달아두는 행위는 모두 저작권 침해가 된다.) 카카오의 경우 아웃링크 방식을 하면서도 전재료를 준다고 하지만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경우는 별도 전재료를 주지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수많은 중소 언론사들이 이미 네이버와 아웃링크 방식으로 연결이 되어있고, PC에서 뉴스스탠드를 통해 보는 경우에도 언론사 홈페이지로 바로 이동한다는 점을 다시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아웃링크 전환이라면 지금도 무리없이 적용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이용자의 입장은 어떤가?
지금처럼 여러 언론의 핵심 뉴스들을 모아보고, 특정 이슈에 대한 각 언론사별 다양한 시각들을 모아보고, 조선일보 구독자와 한겨레 구독자가 한자리에 모여서 갑론을박 할 수 있는 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종이신문의 시대로 되돌아가서 소위 우파들은 조선일보의 뉴스만 보고, 소위 좌파들은 한겨레의 뉴스만 보는 상황이 다시 펼쳐지는 것이다.
그나마도 이용자가 개별 언론사에 들어가 뉴스를 보면 각종 상스러운 광고들이 떠서 기사를 가리고 광고주 페이지로 납치되거나 앱 다운로드 링크로 보내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리고 페이지 최적화에도 문제가 많아 데이터를 과다하게 낭비시키기고 화면이 답답하게 로딩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언론사들의 전산시스템 구축역량 또한 의심스러워서, 과거 뽐뿌 랜섬웨어 배포 사건과 같은 일이 어떤 언론사에서 다시 발생한다 하더라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즉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체 기사에 대해서 아웃링크를 도입하게 된다면 뉴스 컨텐츠에 대한 사용자의 경험이 크게 나빠지고 성별, 나이, 정치성향에 구분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던 공론의 장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사용환경이 나빠지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뉴스소비도 줄어들고 사회 이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날것이다. 정치/사회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이 부패한 정치인과 사악한 기업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니 만큼 이는 명백한 사회 문화적 퇴보다. 이번 이슈의 단초가 된 댓글작업을 통한 여론 호도 사건에 대한 대책으로 공론의 장을 없애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것은 정말이지 언론과 정치인들이 뉴스를 소비하는 사용자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는것을 보여준다.

이런 언론이나 정치권에서도 이런 사항을 모르지 않을텐데 왜 "아웃링크"를 부르짖으며 이렇게 이슈를 키우는 것일까? 다양한 이유를 대겠지만 결국은 돈과 권력 이다.

과거의 언론은 뉴스 공급을 독점했기에 어떤 아젠다를 설정하고 독자들의 생각을 한쪽 방향으로 제시 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한가지 사건에 대해서 다양한 시각의 뉴스를 동시에 볼 수 있다 보니 특정 언론사가 아젠다를 설정하고 어떤 논조를 가지고서 독자들의 생각을 이끌어 가기가 점점 어려워 지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중립"을 지키기가 더 쉬워져 버린 것이다.
물론 네이버에서 메인에 노출시키는 기사들을 마음대로 편집하면서 아젠다를 설정하는 힘을 가진다면 큰 문제가 될테지만, 사람이 아닌 알고리즘 기반으로 뉴스배치를 자동화 하고 언론중재위 등의 기관의 감시와 견제를 받으며 사람에 의한 뉴스 전재를 줄여나간다면 해결 될 것이라 생각된다. (이 경우에는 반대로 아젠다의 실종 이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는 있다.)

최근의 뉴스 소비자들은 더이상 종이신문을 돈 내고 사서 읽지 않는다. 온세상에 인터넷이 연결되고 세상이 변하면서 신문뉴스 또한 변화했다.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 신문들은 차례로 망해갔다. 현재의 언론들은 사람들에게 소식과 광고를 전하고, 광고비를 통해 대부분의 수익을 얻는다. 이런 변화의 과정에서 뉴스 소비자들은 더 간편하고 저렴하게 뉴스를 소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언론의 수익은 점점 줄어들었다.

이런상황에서 네이버 뉴스서비스는 언론사와의 오랜 협의와 다툼 끝에 현재와 같이 언론사에 소정의 전재료를 제공하고 내부에서 컨텐츠를 보여주도록 자리잡았다. 언론 입장에서는 들쑥날쑥한 광고비 대신 고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 더 좋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규모가 작은 중소 언론들의 경우 트래픽이 발생해도 그것을 충분한 수익으로 연결시킬 역량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기에 자체적인 광고비에 기대기보단 전재료를 통해 컨텐츠 자체를 판매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엔 언제나 양쪽에서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고, 항상 협상 시즌만 되면 언론은 현재의 전재료가 마음에 안든다고 주장하며 전재료 다툼을 벌여왔다. 한때는 언론사에 제공해야 할 적정 수준의 전재료는 3천억이 넘는다는 연구논문을 내며 전재료를 더 올려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뉴스를 보러 네이버에 온 사람도 있지만 네이버에 왔기때문에 비로소 뉴스를 보러 가는 경우도 많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값이다)

이처럼 언론(언론협회 및 개별 언론사들)은 네이버와 항상 대립각을 세워 왔고 뉴스 서비스의 주도권을 잡기위한 싸움을 계속 이어갔다.
가장 최근의 사례를 보면 2017년 말미에는 언론에서 뉴스배치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며 네이버 뉴스 서비스를 비판하자 AiRS 라는 ai 뉴스배치 서비스를 도입하며 사람의 손을 줄여 나감으로서 논란을 피했다.
그리고 이번에 떠오른 댓글 조작 사건과 아웃링크 논란을 통해 다시한번 협상의 주도권을 가져가 보려는 것으로 보인다. 언론사별로 속내는 다 다르겠지만 누군가는 정말 아웃링크 방식으로 빠지고자 할 것이고, 누군가는 인링크로 남아있되 이번 이슈를 최대한 활용하여 협상력을 높이고자 할 것이다.
그리고 네이버의 입장에서는 지금과 같이 논란과 이슈가 들끓는 뉴스서비스에 대하여 어떤 변화를 주기 위해 타사에서 하고있듯 전체 아웃링크 방식으로 변환하는것도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경우, 마찬가지로 인링크 방식의 뉴스를 제공하는 다음이나 네이트 등의 서비스에도 동일하게 큰 영향을 미칠것으로 생각된다.

어떠한 방향이 되든 변화가 있어야 한다면 그것을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그 변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나같은 보통의 뉴스 소비자들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길 바란다.
(안그래도 원래 댓글 추천하고 반대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최근 10초 제한이 생기면서 뉴스 보는 맛이 좀 떨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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